같은 해에 해고당한 카피라이터가 있고, 같은 해에 시급이 세 배로 뛴 카피라이터가 있다.
한 명은 미국에서 "아주 건강한 사업"을 운영하던 프리랜서 카피라이터였다. 2024년 5월부터 일감이 끊기기 시작하더니, 저축 $20,000과 신용카드 빚 거의 $30,000을 태운 끝에 결국 해고됐다. 같이 일하던 카피라이터 동료들도 대부분 업계를 떠났다고 한다.
다른 한 명은 시급 $45짜리 카피라이팅을 하던 프리랜서였다. 이 사람은 같은 시기에 자신을 "AI 콘텐츠 전략 컨설턴트"로 재포지셔닝했고, 시급이 $125로 올랐다. 거의 세 배다.
둘 다 같은 업종, 같은 시장에 있었다. 차이가 뭘까.
나는 처음에 단순하게 생각했다. AI를 잘 쓴 사람이 살아남고, 못 쓴 사람이 밀려난 거 아닌가. 그런데 숫자를 들여다보니 이야기가 좀 달랐다.
500만 건의 프리랜서 일자리를 분석한 블룸베리(Bloomberry)의 데이터에 따르면, 글쓰기 일자리는 약 33% 감소했다. 전 직종 중에서 가장 큰 낙폭이다. ChatGPT가 나온 이후 AI 콘텐츠 전문 사이트는 49개에서 2,089개로 폭증했고, 인터넷에서 "AI slop"이라는 단어가 언급되는 횟수는 1년 만에 9배 늘었다. AI가 만든 글이 인터넷을 채우기 시작한 거다.
이 숫자를 보면 첫 번째 카피라이터의 해고가 개인의 문제가 아니었다는 게 보인다. 바닥 자체가 내려앉은 거니까.
그런데 같은 시장에서 시급이 세 배로 뛴 사람이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744편의 실험
닐 파텔(Neil Patel)이라는 마케터가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 68개 웹사이트에 걸쳐 744편의 글을 비교한 건데, 절반은 AI가 쓰고 절반은 사람이 썼다.
5개월이 지나자 결과가 갈렸다.
사람이 쓴 글의 트래픽이 AI가 쓴 글보다 5.44배 높았다.
여기까지는 예상할 수 있는 결과다. 그런데 나를 멈추게 한 건 다른 데이터였다.
별도의 A/B 테스트에서 AI가 작성한 헤드라인은 사람보다 더 많은 클릭을 끌어냈다. 그런데 정작 본문 카피의 전환율은 사람이 17% 더 높았다. AI가 클릭은 더 잘 끌어내는데, 사람이 더 잘 파는 거다.
이 역설이 의미하는 게 뭘까. 한참을 생각했다.
그제서야 보이기 시작했다.
갈리는 건 'AI냐 사람이냐'가 아니었다.
설득의 원리를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 진짜 갈림길은 여기였다.
클릭시키는 것과 사게 만드는 건 완전히 다른 능력이다. AI는 패턴을 학습해서 관심을 끄는 문장을 잘 만든다. 하지만 독자의 망설임을 읽고, 그 심리적 저항을 한 겹씩 벗겨내는 건 아직 사람의 영역이다.
구글도 이 차이를 감지한 것 같다. 2024년 구글의 콘텐츠 품질 업데이트는 검색 결과에서 저품질 콘텐츠를 45%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타깃은 "유능하지만 뻔한 콘텐츠"였다. 시카고대와 코펜하겐대가 25,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에서도 AI 도구의 실제 생산성 향상은 고작 3%, 주당 1시간에 불과했다.
도구 자체가 결과를 바꾸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해고당한 카피라이터는 AI 때문에 밀려난 게 아니다. 공식적이고 뻔한 글을 쓰고 있었는데, 그 일을 AI가 더 싸게 해버린 거다. 시급이 세 배로 오른 카피라이터는 AI를 피한 게 아니라 사람이 왜 사는지, 어떤 순간에 지갑을 여는지를 알았고, 그 원리 위에서 AI를 도구로 썼다.
2024년에 기업들이 AI에게 글을 맡겼다가 2025년에 다시 사람을 찾는 "부메랑 현상"이 나타난 것도 같은 맥락이다. AI가 못해서가 아니라, 원리 없이 쓴 글이 안 팔려서다.
나도 그런 원리를 정리해서 구매로 이어지는 글쓰기를 만들었는데, 정리하면 할수록 느끼는 건 결국 도구가 아니라 원리라는 것이었다.
도구는 매년 바뀐다. ChatGPT, 제미나이, 클로드 — 해마다 주인공이 바뀌고, 내년엔 또 다른 게 나올 거다. 하지만 사람이 왜 사는지, 왜 클릭하고, 왜 지갑을 여는지는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
그걸 아는 사람은 어떤 도구가 와도 쓸 수 있고, 모르는 사람은 어떤 도구를 줘도 대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