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만든 게임을 4천만 명이 샀다

Stardew Valley © ConcernedApe

4천만 명.

Stardew Valley라는 게임을 산 사람의 수다. 픽셀 그래픽에 농장 시뮬레이션. 대형 스튜디오도 아니고, 팀도 아니다. ConcernedApe라는 한 사람이 혼자 만들었다. 코드, 그래픽, 음악까지 전부.

처음 이 숫자를 봤을 때 든 생각은 하나였다.

'대체 어떻게?'

처음엔 실력이라고 생각했다. 4년간 갈고닦은 기술, 혼자서 코드도 짜고 그림도 그리고 음악도 만드는 능력. 그런데 자료를 찾아보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그는 4년간 개발 과정을 계속 공유했다. 스크린샷 올리고, 진행 상황 알리고, 레딧에서 피드백 받고. 게임이 출시되기도 전에 이미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제품이 나오기 전에 고객이 먼저 생긴 거다.

만드는 것과 파는 것

요즘 X(구 트위터)에서 자주 보이는 말이 있다.

"Distribution is the new moat."

배포가 새로운 해자라는 뜻이다. 성을 지키는 해자처럼, 경쟁자가 쉽게 넘볼 수 없는 것. 예전에는 기술이 해자였다. 만들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희귀했으니까.

그런데 이제 AI가 그 벽을 허물었다. 누구나 웹사이트를 만들고, 앱을 만들고,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

그렇다면 해자는 어디로 갔을까.

사람들에게 닿는 능력으로 갔다.

Stardew Valley를 4천만 명이 산 건 게임이 좋아서만이 아니다. 4년간 쌓은 팬이 있었기 때문이다. 만드는 동안 이미 팔고 있었던 거다.

순서가 틀렸다

돌아보면, 나는 순서가 틀렸다.

만들고 나서 알리려고 했다. "완성되면 그때 보여줘야지." 그런데 완성된 다음에 보여줘봤자, 아무도 관심이 없다. 갑자기 나타난 낯선 사람의 제품을 왜 써야 하는지 모르니까.

"Build in public"이라는 말이 있다. 만드는 과정을 공개하라는 뜻이다. 처음엔 이해가 안 됐다. 미완성인 걸 왜 보여주나 싶었다.

그런데 이제는 안다.

과정을 보여주는 게 신뢰를 쌓는 거다. 실패도 보여주고, 고민도 보여주고, 배운 것도 나눈다. 그러면 제품이 나왔을 때 "아, 그거 만들던 사람이구나"가 된다. 낯선 사람이 아니라 아는 사람이 되는 거다.

첫 번째 고객은 제품에서 오지 않는다

그래서 나도 바꿨다.

블로그를 시작했다. 배운 것들을 글로 정리하고, 만드는 과정을 기록하려고 한다. 마음가짐이 달라지니 생각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뭘 만들까"만 고민했다. 이제는 "누구에게 어떻게 말할까"를 먼저 생각한다.

어쩌면 첫 번째 고객은 제품이 아니라 이야기에서 온다. ConcernedApe가 4년간 한 것도 결국 그거였다. 게임을 만들면서, 동시에 이야기를 만들고 있었던 거다.

만들 수 있는 건 더 이상 특별하지 않다.

ConcernedApe는 4년간 게임을 만들었다. 그리고 동시에, 4천만 명의 팬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