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루는 제품을 팔지 않는다

24시간. 마크 루(Marc Lou)라는 사람이 앱 하나를 만드는 데 걸린 시간이다. 그리고 다음 날, 그 앱은 $20,378(약 2,800만 원)을 벌었다.

직원 0명에 광고비 0원, 이윤율은 90%가 넘는다. 2025년 한 해 총매출 $1,032,000. 한화로 약 14억.

'대체 이 사람은 뭘 파는 걸까?'

시급 $10에서 연 14억까지

마크 루는 원래 프랑스의 평범한 웨이터였다. 시급 $10. 대학 졸업 후 창업을 꿈꿨지만 번번이 실패했고, 코로나로 운영하던 사업마저 매출이 0이 됐다. 2021년, 그는 부모님 집 어린 시절 방에서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전환점은 피터 레벨스(Pieter Levels)라는 인디해커의 트윗 한 줄이었다. "노트북 하나로, 직원 없이, 스타트업을 만들 수 있다." 마크 루는 남은 돈 $20,000을 들고 발리로 갔다. 그리고 2년 동안 17개의 제품을 만들었다.

대부분은 실패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하나의 패턴을 발견했다.

제품 목록을 펼쳐보면

마크 루가 현재 운영하는 제품은 16개다. 이름만 나열하면 이렇다.

ShipFast - Ship your startup in days, not weeks

ShipFast(SaaS 보일러플레이트), CodeFast(코딩 강의), DataFast(매출 분석), ZenVoice(인보이스), ByeDispute(환불 방지), LogoFast(로고 생성기), TrustMRR(매출 검증), IndiePage(포트폴리오)...

얼핏 보면 잡다하다. SaaS 보일러플레이트를 팔다가 코딩 강의를 하고, 로고 만드는 도구도 있고, 인보이스 관리 도구도 있다. 도대체 뭘 하겠다는 건지 종잡을 수 없어 보인다.

그런데 고객의 시선으로 다시 보면 전혀 다른 그림이 나온다.

CodeFast로 코딩을 배우고, ShipFast로 SaaS를 만든다. 매출이 나오면 DataFast로 추적하고, ZenVoice로 인보이스를 보내며, ByeDispute로 환불 분쟁을 막는다. 성과가 쌓이면 TrustMRR로 매출을 공개 검증한다.

한 사람이 "나도 SaaS를 만들어볼까?"라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실제로 매출을 올리고 그 매출을 증명하는 순간까지—마크 루의 제품이 전 과정을 커버한다.

여기에 하나 더. LogoFast는 무료 로고 생성기인데, 이 도구를 쓰러 온 사람은 높은 확률로 뭔가를 만들려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사람에게 "더 빨리 만들고 싶으면 ShipFast를 써라"고 제안한다. 무료 제품이 유료 제품의 입구가 되는 구조다.

16개가 아니라 1개

이걸 보고 나서야 깨달았다.

마크 루는 제품 16개를 운영하는 게 아니다. 하나의 생태계를 운영하고 있다.

각 제품은 독립적으로 존재하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하나의 여정 위에 놓여 있다. 한 번 들어온 고객이 다음 단계로 자연스럽게 넘어가고, 그 과정에서 다른 제품을 만나게 된다. 제품이 제품을 팔아주는 구조다.

그래서 광고비가 0원이다. 제품 자체가 광고이자 마케팅이자 세일즈 퍼널이니까.

Product Hunt에서 2023년과 2024년 연속으로 'Maker of the Year'를 수상한 것도 이 맥락에서 이해된다. 출시할 때마다 기존 고객이 자발적으로 응원하고 공유한다. 새 제품의 첫 고객은 이전 제품의 만족한 고객이다.

양동이와 파이프라인

대부분의 1인 창업자는 양동이로 물을 퍼 나른다. 광고를 돌리고, SNS에 글을 올리고, 뉴스레터를 보낸다. 손을 놓으면 물이 멈춘다.

마크 루는 파이프라인을 깔았다. 제품이 서로를 밀어주니까 한 번 연결해두면 알아서 흐른다. 광고비가 0원인데도 매출이 유지되는 건, 제품 하나하나가 다음 제품의 입구이기 때문이다.

결국 차이는 제품의 수가 아니었다. 연결의 유무였다.

하나의 질문

마크 루를 들여다보면서 계속 맴도는 질문이 있다.

"지금 내가 가진 것이, 다음 것의 입구가 되고 있는가?"

제품을 하나 더 만드는 게 답이 아닐 수도 있다. 지금 있는 것이 어디로도 연결되지 않은 채 혼자 서 있다면, 그게 진짜 문제인 것 같다.

아직 답은 없다. 다만 양동이를 내려놓고 파이프라인을 설계해야 한다는 건 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