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다 만들어주는 시대, 그래서 더 중요해진 것

클로드 코드로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자동매매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코딩을 한 줄도 모르는 내가 한국어로 말만 했을 뿐인데, 진짜로 돌아가는 서비스가 완성됐다.

그 순간의 짜릿함이란. '이제 됐다, 이걸로 돈 벌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근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나만 이런 게 아니더라. 스레드와 트위터를 보면 "AI로 3일 만에 SaaS 만들었습니다", "커서로 앱 출시했습니다" 같은 글이 매일 올라온다. 클로드 코드, 커서, 안티그래비티. 도구는 점점 좋아지고,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됐다.

그런데 여기서 묘한 역설이 생긴다.

모두가 만들 수 있으면, 만드는 것의 가치는?

예전에는 '만들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경쟁력이었다. 개발자가 희소했고 기술이 진입장벽이었다. "저 이거 만들 수 있어요"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AI가 그 장벽을 무너뜨렸다.

만드는 것 자체는 더 이상 희소하지 않다. 누구나 웹사이트를 만들 수 있고, 앱도 만들 수 있고, 자동화 시스템도 만들 수 있다. 그렇다면 질문이 바뀐다.

희소성은 어디로 갔을까?

희소성의 이동

요즘 재밌는 현상이 있다.

AI로 만든 서비스가 넘쳐나는데, 사람들은 오히려 "누가 만들었는지"를 더 궁금해한다. 같은 기능을 하는 서비스가 열 개 있으면, 결국 선택의 기준은 '신뢰'가 된다. 이 사람이 이 분야를 정말 아는지, 이 서비스가 오래 유지될지, 문제가 생기면 대응을 해줄지.

AI가 만드는 건 똑같다. 코드의 품질도 비슷하고, UI도 비슷하다. 그렇다면 차이는 어디서 날까.

'누가' 만들었느냐다.

인스타그램 CEO 애덤 모세리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AI가 콘텐츠 제작을 쉽게 만들면서 퀄리티나 형식은 점점 비슷해지고, 결국 차별화는 '진짜 사람의 목소리'에서 온다고. 그래서 플랫폼 전략도 "크리에이터 중심"으로 가고 있다.

이게 AI 시대의 역설이다. 기술이 평준화될수록, 기술 외적인 것들의 가치가 올라간다. 그 사람만의 경험, 관점, 그리고 쌓아온 신뢰. 이런 것들은 AI가 대신 만들어줄 수 없다.

복제 불가능한 것들

AI로 복제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10년간 한 분야에서 삽질하며 쌓은 경험. "이건 안 되더라, 저건 되더라"는 직감. 수백 번 실패하며 얻은 패턴 인식. 이런 건 프롬프트 몇 줄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신뢰도 마찬가지다. "이 사람이 만든 거라면 써봐도 되겠다"는 판단은, 그 사람이 과거에 보여준 행동의 총합이다. AI가 아무리 똑똑해도 이런 역사를 대신 쌓아줄 수는 없다.

결국 AI 시대에 희소한 건 사람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 사람만의 고유한 경험과 그 사람에 대한 신뢰.

만드는 시대에서 '되는' 시대로

재밌는 건, 이 흐름이 계속 가속화된다는 점이다.

AI가 더 발전할수록 '만드는 것'의 진입장벽은 더 낮아진다. 그럴수록 '만드는 것' 자체의 희소성은 더 떨어지고, '누가 만들었느냐'의 희소성은 더 올라간다.

어쩌면 앞으로는 "뭘 만들 수 있느냐"보다 "당신은 누구인가"가 더 중요한 질문이 될지도 모른다.

클로드 코드가 없던 시절, 나는 포기하다시피 했었다. 이제는 만들 수 있다. 근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만들 수 있게 된 건 시작일 뿐이다.

진짜 질문은 그다음에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