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000명이 참가한 해커톤에서 1등을 한 사람이 있다. 23살, 코너 버드(Connor Burd). 상금 $65,000, 약 9천만 원인데, 출품작보다 출품자의 나이가 더 눈에 들어왔다.
코너의 앱 포트폴리오 전체 월 매출이 $185,000, 약 2억 5천만 원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중 하나는 14일 만에 만들었다. 처음엔 뭔가 과장이 섞였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팟캐스트 인터뷰를 직접 들어보니 숫자가 다 맞았다.
코너가 해커톤에 출품한 앱 이름은 Payout이다. 미국에서 진행 중인 집단소송 정보를 모아서 "당신도 보상받을 수 있다"고 알려주는, 기능 자체는 아주 단순한 앱이다. 이걸 만드는 데 14일이 걸렸다. 클로드와 커서(Cursor) IDE를 써서 디자인 스크린샷을 넣으면 코드가 나오는 방식, 이른바 바이브 코딩으로 만들었다.
Payout은 출시 50일 만에 다운로드 12,000건에 유료 구독 1,300건, 월 매출 $20,000(약 2,700만 원)을 찍었다.
이 숫자를 보면서 든 첫 번째 생각은 "14일이면 나도 할 수 있지 않나?"였다. 그런데 그의 프로세스를 자세히 뜯어보니, 14일이라는 건 빙산의 일각이었다.
순서가 달랐다
코너는 앱을 만들기 전에 경쟁 앱을 20개 이상 다운받는다. 하나하나 설치해서 온보딩 화면을 전부 스크린샷으로 찍고, 그걸 JSON으로 구조화한 다음 AI에게 넘긴다. 만드는 시간보다 "뭘 만들지" 조사하는 데 훨씬 많은 시간을 쓰는 셈이다.
하지만 진짜 핵심은 그 다음에 있었다.
Payout을 만들기 전에 코너가 먼저 한 건, 틱톡 인플루언서와 파트너십을 맺은 것이었다. 앱이 완성되기도 전에 배포 채널부터 확보해둔 거다. 이게 "수천만 회 노출"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배포할 수 있는 사람과 먼저 손잡아라. 그 다음에 제품을 만들어라."
이건 내가 알고 있던 순서와 정반대였다. 나는 항상 제품을 먼저 만들고 "이제 어떻게 알리지?"를 고민했다. 코너는 알리는 구조를 먼저 만들어놓고, 그 다음에 14일 만에 제품을 끼워 넣은 거다. 같은 14일이라도 그 앞에 깔려 있는 판이 완전히 다른 셈이다.
코너의 기술 스택도 인상적이었는데, 인상적인 이유가 좀 의외다. 대단해서가 아니라 너무 단순해서다. 커서 IDE에 타입스크립트, Next.js, Vercel, RevenueCat. 모든 앱에 똑같은 스택을 쓴다. 앱마다 기술을 바꾸지 않는다. 기술적인 고민을 줄여야 비즈니스에 쓸 에너지가 남는다는 논리다.
그리고 코너는 "혁신하지 않는다"고 대놓고 말한다. 완전히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기보다, 이미 검증된 아이디어를 더 낫게 만드는 데 집중한다고. 그는 앱 하나에 핵심 기능도 1~3개만 넣는다. 포괄적인 솔루션 대신, 한 가지를 확실하게 잘하는 앱. 그리고 그 한 가지의 첫인상, 즉 온보딩만큼은 완벽하게 설계한다.
이걸 알고 나니까 코너의 전략이 하나의 그림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가 한 건 결국 순서를 뒤집은 거다. 먼저 사람들에게 닿을 통로를 확보하고, 거기에 맞춰서 최소한의 기능을 가진 앱을 빠르게 만들어 넣는다. 기술적으로 새로운 건 하나도 없고, 대신 "어디서 사람을 만날 것인가"에 대한 감각이 날카롭다.
솔직히 이건 좀 부러웠다.
나는 기능을 하나 더 추가하면, 디자인을 좀 더 다듬으면, 그러면 사람들이 알아서 찾아올 거라고 생각하는 쪽이었다. 코너는 정반대로 움직였고, 23살에 월 2억 5천만 원을 벌고 있다.
만드는 건 AI가 점점 더 잘해줄 거다. 그렇다면 내가 시간을 써야 할 곳은 "더 잘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닿는 방법을 찾는 것"인데, 머리로는 아는데 몸이 자꾸 만드는 쪽으로 간다. 이 습관을 바꾸는 게 어쩌면 기술을 배우는 것보다 어려운 일인지도 모르겠다.